[2016 한울] 건국대 교수 116명 시국선언

총학생회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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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교수 116명 시국선언

지금은 위기에 빠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야 할 때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4년, 한국사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이런 위기의 원인은 대통령 그 자신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헌정사 초유의 충격과 분노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그간 온갖 의혹과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권력형 비리의 장막이 벗겨졌다. 실질적으로 최고 권력을 행사해온 최순실과 사이비 주술에 의존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태는 과연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인지 묻게 한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담은 국정연설문을 최순실에게 넘겨 수정, 첨삭을 받아왔다는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이다. 더구나 청와대 인사들이 고도의 보안을 요하는 국방, 외교를 비롯한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국정 전 영역에 걸친 공문서를 대통령보다 먼저 최순실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도 통렬한 자기반성과 응분의 책임을 지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옹색한 변명과 거짓말, 진실의 은폐와 축소에 매달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내각, 새누리당 지도부, 검찰의 자세는 우리를 한없는 절망과 허탈감에 젖게 한다.

정부 부처 사이에도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필연적으로 독단과 부패가 생기는 법이다. 검은 탐욕에 사로잡힌 한 개인이 대통령을 마음대로 부려 국정 주요 방향과 정책, 인사, 예산까지 한 손아귀에 쥐고 주물러온 이 초유의 사태는 그 마수가 어디까지 뻗친 것인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한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이 보여주는 권력과 전경련의 검은 거래는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를 허물고 국가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공적 가치를 훼손했다.

숱한 비리 의혹으로 수사대상인 우병우 민정수석이 거꾸로 검찰을 통제하고 보고받는 지위에 그대로 버티고 앉아있었던 이 웃지 못할 현실은 이 땅의 사법 정의조차 사유화된 권력에 질식당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학점 특혜 등에 대한 의혹은 <헬조선>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대부분의 청년에게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전 교육부 고위관료의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망언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며 사회양극화, 불평등이 심화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국가지도자로서의 최고권한 무단 방기, 무단 양도의 중대 범죄는 그 어떤 미봉책이나 눈속임으로 덮을 수 없다. 분노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과와 본인을 포함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처벌이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 봉사로써 자진 하야하여 상처받은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태 앞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이상한 행보와 책략을 보이는 정당이나 언론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경고한다. 모든 정치세력은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민주공화국의 정상적인 정치질서를 회복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정치집단들의 경품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뿌리 잘린 나무는 세워두어도 시드는 일만이 남는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소금이 아니듯이 지금 대통령은 덕성도 명예심도 상실하고 경멸감만을 보여주고 있기에 이미 대통령의 의미를 상실하였다. 국가는 국민전체이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보다 중요하다. 뿌리 잘린 나무를 억지로 세워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나라가 정의롭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화국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

2016년 11월 3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건국대학교 교수 116명 일동